
김포 최북단 접경마을 보구곶이 하나의 거대한 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김포문화재단은 작은미술관 보구곶에서 기획전 「보구곶, 시간을 걷다」를 8월 7일부터 11월 7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오랜 세월 접경지역으로 남아 있던 보구곶의 풍경과 사람, 자연, 기억을 예술이라는 언어로 새롭게 기록하는 프로젝트다. 미술관 내부를 넘어 마을 전체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확장한 공간형 전시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신이피 작가의 설치작품 「운반된 시간(Transported Time)」이다. 작품은 보구곶이라는 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와 변화의 시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신이피 작가는 김포공항에서 보구곶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직접 답사하며 흙과 암석 가루, 시멘트, 아스팔트 등 서로 다른 물질을 채집했다. 이렇게 수집한 재료를 투명한 수조 안에 층층이 쌓아 하나의 지층처럼 구성하고, 채집 과정을 기록한 영상을 함께 선보인다. 서로 다른 색과 질감을 가진 물질들은 도시 개발과 도로 건설, 자연환경의 변화가 만들어낸 시간을 시각적으로 압축하며 관람객에게 보이지 않던 김포의 역사를 새롭게 읽도록 이끈다.
신이피의 작업은 단순한 설치미술이 아니다. 작가는 오랫동안 역사와 장소성, 경계와 인간의 삶을 탐구하며 지역의 기억을 시각예술로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흙과 콘크리트, 시멘트는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도시와 자연, 사람의 삶이 축적된 시간의 흔적으로 기능한다. 관람객은 하나의 설치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보구곶이라는 장소가 품고 있는 기억의 층위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가 더욱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접경지역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변화와 개발, 자연과 생태, 주민들의 일상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보구곶의 시간을 신이피 작가는 하나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했다. 작품은 도시가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까지 함께 품어내며 이번 전시의 핵심 메시지를 가장 강렬하게 전달한다.
전시에는 신이피 작가 외에도 김동진, 김나현, 모지웅, 박준식 작가가 참여해 각자의 시선으로 보구곶을 기록한다.
김동진 작가의 「Pink Zone」은 미술관 옥상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경계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본다. 고정된 공간처럼 보였던 장소가 빛과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는 모습을 통해 경계 또한 유동적인 개념임을 제시한다.
김나현 작가의 「막 사이의 숨(Breath Between Veils)」은 방호벽과 대피소 주변에 설치된 반투명 비단을 활용한 공간 설치작품이다. 바람과 빛, 움직임이 천 사이를 자유롭게 통과하면서 단절의 상징이었던 경계가 서로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모지웅 작가의 「보구곶, 얼굴들」은 오랫동안 보구곶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얼굴을 기록한 사진 연작이다. 작품은 주민들의 초상을 마을 공간 곳곳에 설치해 이웃의 얼굴과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며, 접경마을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져 온 공동체의 시간을 담아낸다.
박준식 작가의 「보구곶 초록의 시간 : 생명의 흔적을 걷다」는 시민 참여형 프로젝트다. 김포 시민들과 함께 논과 습지를 걸으며 식물을 채집하고 표본으로 제작해 지역 생태계의 변화를 기록했다. 작품은 기후 변화와 도시 개발 속에서 사라질 수 있는 자연의 흔적을 예술로 보존하며 지역 생태의 가치를 되새긴다.
이번 전시는 작품을 실내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 미술관 옥상과 방호벽, 외부 공간까지 전시 동선을 확장해 관람객이 직접 보구곶을 걸으며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작품과 마을 풍경, 자연환경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보구곶 자체가 거대한 전시장이 된다.
전시를 따라 걷는 과정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하나의 여행이 된다. 익숙한 길목에서 새로운 시선을 발견하고, 평범했던 풍경 속에 숨어 있던 시간과 기억을 예술을 통해 다시 읽어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김포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기획전은 보구곶이라는 장소가 품고 있는 시간과 자연, 주민들의 삶을 예술로 기록한 전시"라며 "미술관 안팎을 연결하는 공간형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보구곶만의 풍경과 이야기를 더욱 깊이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구곶, 시간을 걷다」는 오는 11월 7일까지 작은미술관 보구곶에서 계속된다. 전시와 관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김포문화재단 누리집과 전시교육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요약
「보구곶, 시간을 걷다」는 접경마을 보구곶의 역사와 자연, 주민들의 삶을 사진과 설치, 영상으로 기록한 장소특화형 기획전이다. 특히 신이피 작가의 「운반된 시간」은 김포의 흙과 도시의 흔적을 하나의 지층으로 구현하며 이번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주목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