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추는 간판 불빛”…민원 넣어도 ‘계도’에 그친 이유

빛공해 민원 연평균 7천 건대…수면·생활 불편에도 규제 사각지대

관리구역 아니거나 적용 대상 조명 아니면 법정 밝기 기준 적용 어려워

권익위, 관리구역 지정·광고조명 적용범위 재조정 권고…아직 시행된 것은 아냐

밤늦게까지 켜진 간판 불빛이 집 안으로 들어와 잠을 방해한다. 주민이 지방정부에 민원을 제기하지만 해당 지역이나 광고조명이 법에서 정한 관리 대상이 아니면 적극적인 조치 대신 계도에 그치는 경우가 있었다.

 

단순한 불편으로 치부하기에는 빛공해 민원도 적지 않다. 정부가 제3차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을 마련하면서 집계한 자료를 보면 제1차 계획 기간 연평균 5,744건이던 빛공해 민원은 제2차 계획 기간 연평균 7,256건으로 26.3% 증가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5일 ‘옥외광고물 빛공해 예방 개선방안’을 마련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지방정부,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제도개선을 권고한 배경이다.

 

피해는 있는데 왜 단속하기 어려웠나

 

우리나라에는 이미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이 있다. 지방정부가 지정한 조명환경관리구역의 공간·광고·장식조명 등에는 밝기와 눈부심을 관리하기 위한 ‘빛방사 허용기준’이 적용된다.

 

문제는 이 기준이 모든 지역과 모든 광고조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된 장소와 법령상 적용 대상인 조명기구를 중심으로 기준이 작동한다. 특히 광고용 조명은 옥외광고물법령상 허가 대상인 조명기구에 적용범위가 한정돼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이 때문에 주민이 빛공해 피해를 호소하더라도 해당 장소가 조명환경관리구역이 아니거나 문제가 된 조명이 기준 적용 대상이 아니면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단순 계도 후 민원을 종결했고, 비슷한 민원이 반복되는 사례가 많았다.

 

주민에게는 분명 불편한 빛이지만 행정기관이 법정 밝기 기준을 적용해 조치하기 어려운 ‘규제 공백’이 있었던 셈이다.

 

기준 초과 지역 있는데 관리구역은 ‘0곳’

 

권익위가 이번에 주목한 첫 번째 문제는 조명환경관리구역이다.

 

빛공해환경영향평가 결과 빛방사 허용기준을 초과한 지역이 다수인데도 관할 지역에 조명환경관리구역을 한 곳도 지정하지 않은 광역지방정부가 확인됐다.

 

권익위는 이들 지방정부가 필요한 지역을 선별해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하도록 권고했다.

 

광고조명의 적용범위도 손질하도록 했다. 옥외광고물법령상 허가 대상 조명기구에 한정된 현행 규정을 개정해 빛방사 허용기준이 적용되는 광고용 조명기구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라는 것이다.

 

다만 권익위가 모든 간판을 새롭게 규제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 실제 어떤 광고조명이 추가로 관리 대상에 포함될지는 향후 관계기관의 법령 개정과 제도 정비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

 

간판 설치한 뒤 민원 처리보다 ‘만들 때부터’ 예방

 

사후 단속만 강화하는 것도 아니다.

 

권익위는 광고물을 제작·설치하는 단계부터 빛방사 허용기준을 고려할 수 있도록 옥외광고업 종사자가 의무적으로 받는 교육에 빛공해 예방 내용을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정부가 앞서 마련한 제3차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일부 지방정부에서 시행하던 옥외조명 사전심사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빛공해 민원 담당자의 전문교육도 강화하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간판을 설치한 뒤 주민이 피해를 호소하면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설계·제작·설치 단계부터 주변 생활환경에 미칠 영향을 살피겠다는 방향이다.

 

지금 간판 불빛이 불편하다면

 

이번 권고와 별개로 현재도 빛공해 민원 자체를 제기할 수 있다.

 

지역별 처리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지방정부가 민원을 접수해 대상 조명을 확인하고 전문기관의 측정 결과를 행정조치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자치구가 빛공해 측정을 의뢰하면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조도와 휘도를 정밀 측정해 결과를 해당 자치구에 통보한다.

 

서울에서 최근 한 해 접수된 빛공해 관련 민원만 1,410건으로, 주요 내용은 수면 방해와 생활 불편, 눈부심 등이었다.

 

따라서 야간 광고조명으로 생활에 지속적인 불편을 겪는다면 우선 관할 시·군·구의 환경 관련 부서에 해당 조명이 현행 빛공해 관리 대상인지 문의하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오늘부터 모든 간판 규제되는 것은 아니다

 

주의할 점도 있다. 15일부터 모든 간판의 밝기 규제가 강화된 것은 아니다.

 

이번 발표의 법적 단계는 국민권익위의 ‘제도개선 권고’다. 관리구역 지정과 광고용 조명기구 적용범위 조정 등은 관계기관의 검토와 법령·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이번 권고의 의미는 간판을 더 많이 단속하는 데만 있지 않다. 주민이 실제로 수면과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데도 ‘관리구역이 아니다’, ‘적용 대상 조명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반복적인 계도에 머물렀던 영역을 제도 안으로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밤새 창문으로 들어오는 불빛은 누군가에게는 간판 하나의 문제지만,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생활의 문제다. 이번 권고가 실제 제도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앞으로 관계기관의 법령 정비와 지방정부의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 여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작성 2026.09.15 23:42 수정 2026.09.1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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